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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025년 11월, 글로벌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두 개의 수치는 상반된 시대의 풍경을 상징한다. 하나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인공지능(AI) 기반 경영 목표를 달성 할 경우 받게 될 주식 보상액, 무려 1조 달러(약 1천450조 원)다. 또 하나는 같은 달 미국 주요 대기업이 불황과 자동화 정책, 구조조정을 이유로 한 달간 15만 명의 직원을 해고한 사건이다.
한쪽에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보상금과 다른 한쪽엔 삶의 기반이 무너진 대규모 실직이 가져온 충격적 격차는 오늘날 기술혁신이 경제와 사회에 던 지는 질문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기술은 혁신의 엔진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AI와 자동화가 카리스마적 리더에게 천문학적 부를 안기는 동안, 그 생산 과정에 참여한 수많은 노동자는 직업 안정성을 잃고, 생계의 불안정을 호소한다.
테슬라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인간 노동자를 대체한 것은 로봇이고, 고객상담 채널에는 AI 음 성 로봇이 들어섰다. 회계, 디자인, 번역 등 과거 '창의적'이라 여겨졌던 영역까지 생성형 AI가 빠르게 개입한다. 기업은 비용을 줄였지만, 사회 전체는 '부의 집중'이라는 새로운 그림자를 끌어안게 됐다.
이른바 'AI 자본주의'에서 돈과 권력은 점점 연산력과 데이터 소유에 의해 결정된다. 1800년대 산업혁명이 석탄, 철강, 증기기관으로 움직였다면, 지금은 CPU와 GPU, 클라우드와 빅데이터가 세계 시장의 엔진이다. 구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전 세계의 데이터와 연산 자원을 독점적으로 축적하며 개별 소비자의 모든 행동, 검색, 결제, 위치, 취미, 건강정보까지 예측하고 수익화한다. 많은 데이터와 탁월한 연산력 자체가 기업가치의 원천인 셈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거대한 불평등의 심화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데이터는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이용자가 매일 새로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 데이터의 소유권과 이익은 거의 전적으로 플랫폼 기업에 집중된다. 사용자는 자신의 정보와 시간을 플랫폼에 내어주지만, 실제 수익의 파이는 소수에게만 돌아간다. AI와 자동화가 약속한 '생산성의 사회적 번영'은 거대 기업과 극소수의 '데이터 자본가'에게만 집중되는 현실이다.
이 불균형을 완화할 새 해법으로 최근 미디어와 정책, 산업계를 점령한 키워드는 '웹 3.0'과 '참여형 자본주의'다. 웹 3.0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데이터를 직접 소유하고, 모든 참여와 활동에 '보상'이 돌아가는 구조를 제안한다.
미국의 '리퍼블릭'(RepubliK)이라는 플랫폼은 사용자가 사진, 글, 댓글, 영상 같은 자신만의 콘텐츠 데이터를 등록하면 블록체인 토큰으로 보상한다. 이른바 'AI 소셜-파이'(Social-Fi)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수익화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2025년 7월 기준으로 활성 회원 3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데이터가 AI나 광고주에게 활용될 때마다 수익의 일부가 '참여자'에게 투명하게 분배된다. 헬스케어 플랫폼 '스윗 이코노미'(Sweat Economy)는 사용자가 걸음 수, 운동 정보를 남길 때, 해당 데이터가 건강 AI모델 개발이나 보험회사 상품화에 활용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경제적 가치가 사용자의 지갑에 '토큰'으로 축적된다.
이처럼 웹 3.0이 제시하는 데이터-참여 보상경제는 기술 유행만이 아니다. '시간과 노동'을 파는 대신 '데이터와 참여' 자체를 경제적 가치로 바꾼 노동 개념의 대전환이자 '플랫폼 기반 산업화'와 '참여의 사회화'가 결합한 미래형 자본주의 모델이다. 효율성을 극대화한 AI 체제에 '공정' 원리를 접목할 수 있는 사회적 분배 장치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역시 이런 흐름을 정책과 실험에서 반영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AI·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불안, 자본 소유 집중 문제 해결의 하나로 블록체인 기반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를 추진 중이다. 이는 부동산, 미술품, 음악저작권, 영화수익권, 스타트업 지분 등 본래 거대 자본가나 기관투자자만 접근하던 자산을 '디지털 분할'(STO, 증권형 토큰)로 쪼개 누구나 소액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투자 생태계다.
2025년 하반기, 금융위원회와 예탁결제원을 축으로 정식 출범을 앞둔 장외시장에서는 실제 10억 원 건물도 10만 원 단위의 디지털 지분으로 거래된다.
뮤직카우, 카사, 트레져리 같은 선도적 민간 플랫폼이 이미 이 모델을 실험했고, 이제 정부는 이를 시스템 내에서 제도화하며 '비례적 소유·참여'와 신뢰, 투자자 보호를 설계한다. 거래소가 공식화되면 자산가치와 분배권이 공시되고, '조각 투자자'들의 법적 권리도 강해진다. 자본 소유의 문턱이 확 내려간다.
이런 변화는 투자상품 확장의 의미를 넘는다. 기술이 일자리를 줄이면 누구나 그로 인해 생긴 '부의 잉여'를 소액이든 일정 비율이든 소유할 수 있어야, 사회 불평등을 완화하는 '재분배-참여형 자본주의' 기초가 마련된다. 한국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는 웹 3.0 분배철학과 디지털 민주주의를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들이는 첫 실험장이자, 기술혁신의 혜택을 구체적 사회 변화로 연결하는 장치가 될 전망이다.
AI는 효율을 최대화하는 불이라 할 수 있다. 원시 시대에 문명을 발전시킨 그 불이다, 웹 3.0 시스템은 그 불을 담는 그릇이다. 머스크의 1조 달러 보상, 산업 자동화 속에서 15만 명의 해고가 극적으로 보여주듯, 기술만능주의 시대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해답 역시 결국 '기술로 강화된 공정한 분배'에 있다.
데이터와 연산력이 곧 권력이 되는 시대에 통제권과 부의 축적 기회를 보다 많은 개인에게 되돌려주는 새로운 경제 질서가 웹 3.0이다. 이런 시도가 바로 'AI 시대 참여의 자본주의'로 나아가는 길임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바야흐로 놀라운 신세계의 시작이다.
전태수 웹 3.0·블록체인 전문가
▲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 한국인터넷미디어윤리위원회 이사장. ▲ 세계스타트업포럼 대표.
<정리 :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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