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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예수 탄생의 전후(BC/AD)로 나누듯, 내 삶도 ‘내면 아이’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나의 내면 아이는 늘 최악의 상황을 내게 속삭였다. 라디오라면 꺼버리면 그만이고, 사람이라면 벗어나면 되는데, 파괴로 덩어리진 목소리는 머리와 마음에서 종일 울려댔다. 이 때문에 사람들의 표정에서 미세한 거절을 읽어내면 다짜고짜 관계를 끊어내기도 하고, 상대방이 하지도 않은 말에 대한 변명을 생각하느라 다른 시공간에 자신을 가두곤 했다.
“봤어? 저 사람은 나를 부담스러워해. 괜히 더 큰 거절을 당하기 전에 먼저 관계를 끊어 내.”
손오공릴게임 “저 사람 봐. 너무 유능하잖아. 이제 나는 필요 없어. 버림받을 거야.”
초 단위로 밀려들어오는 생각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힘이 없던 나는 두려움과 불안을 반사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 몸이나 머리를 바쁘게 만들어야 했다. 걷는 대신 자전거를 타거나 웹툰이나 유튜브처럼 순식간에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방패로 세워두고 체리마스터모바일 내면 아이가 건네는 말들을 차단해버렸다.
그러던 내가 처음으로 그 목소리의 정체를 이해하게 된 건, ‘몸에 밴 어린 시절’을 토대로 구성된 내적 치유 프로그램을 만나면서였다. 강사님은 불안한 상황을 만날 때마다 도망치고 싶어지는 감정이 단순히 과장된 반응이 아닌, 안전함을 배워본 적 없어서 나오는 당연한 반응이라고 했다. 과거에 상처받고 골드몽사이트 버려졌던 경험이 있다면, 관계가 흔들릴 때마다 도망치도록 자신을 학습시킨다는 것이었다. 갈등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불편하고 긴장되는 순간을 만날 때마다 ‘괜찮아’라고 말하며 자신을 안정시키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몸에 밴 어린 시절’은 ‘성인이 된 지금도 설명되지 않는 감정과 관계의 습관’을 어 릴게임바다이야기 린 시절 부모의 양육 태도를 통해 이해하는 과정을 선물한다. 저자는 부모의 태도를 아홉가지 패턴으로 분류하는데, 완벽주의, 강압, 유약, 방임(과보호/허용), 건강염려증(심기증), 응징, 방치, 거부, 성적 자극 같은 양육 태도들이 아이 안에 ‘내재과거아’를 남기고, 그 아이가 어른의 삶을 몰래 조종한다고 설명한다.
나는 그 중 ‘거부’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장의 50문항 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았다. ‘나는 별로 쓸모없는 존재이다’라는 생각에 자주 좌절하곤 한다. 용납과 사랑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성취하거나,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 얻어진다고 생각한다. 가혹하고 잔인한 징벌을 받은 적이 있다. 약간의 거부에도 심한 아픔을 느끼고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갖는다. 주어지는 문장에 하나씩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처음으로 내면 아이가 느꼈던 두려움을 살피기 시작했다. 나에게 거절은 단순히 ‘혼난다’의 수준이 아닌, 정서적으로 환영받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자라면서 따뜻함, 기쁨, 눈 맞춤, 스킨십을 경험한 적이 드물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원하는 모습이 되어 사랑과 관심을 얻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대가 나를 평가하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낮추거나, 관계를 끊어버리는 패턴. 혹은 ‘차갑고 비난하는 부모’(inner parent)를 만들어서 내가 나를 거부하는 구조의 반복까지 모두 지난 ‘거부’의 경험 덕에 만들어진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이 책은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국 독자들은 특히 ‘완벽주의’와 ‘강압’ 챕터에서 자신을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만난다. 입시와 학벌 중심의 ‘가능한 한 최상’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성취는 높지만, 작은 일에 만족하거나 행복을 느끼기 어렵다. 학교에서는 소통하고 탐색하는 분위기가 아닌 ‘정답을 맞히는 방식’과 틀리면 평가가 깎이는 문화가 길게 유지되었다. 게다가 전쟁과 빈곤을 겪고 짧은 시간에 성장해야 했던 세대의 경험이 우리 부모님들 사이에 여전히 남아 있다. 이때 형성된 ‘뒤처지면 위험하다’는 생존 감각이 가정과 사회 속에 머물러 실수를 용납받고, 실패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험을 상실하게 한 것이다.
완벽주의와 강압 유형은 자신의 안에 ‘해야만 해’(Should, Have to) 목록을 잔뜩 세운다. 이렇게 습관적인 압박을 구분하고, 조건부 수용(잘해야 사랑받는 것)을 그대로 이어받지 않는 연습을 하면, 타인의 인정과 수용을 위해 불필요한과로와 과집착을 줄여나갈 수 있다. 점차 스스로가 선택한 목표를 세우고 억지로 끌려가는 노력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행동에서 오는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몸에 밴 어린 시절’은 이처럼 이해할 수 없던 내 모습들을 확인하게 해주는 도구에서 그치지 않고 회복의 방향을 함께 제안한다. ‘거부’ 유형에 해당하는 내게는 ‘자신에게 스스로 부모가 되어줄 것’을 이야기한다. 내면 아이의 불안은 틀린 것이 아니라 실제 거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쓴 아이이므로, 차갑고 비난하는 부모(inner parent)의 톤을 다정하게 바꾸는 연습을 하도록 제시한다.
나의 에이디(AD)는 내면 아이를 마주하며 시작되었다. 마법처럼 모든 게 바뀌는 일은 없었다. 다만 나 자신에게 따뜻한 경험을 주어 조금씩 물들여 나가고 있다. 더 이상 나를 먼저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나를 환영해주려 노력한다. 그때의 나에게 늦게라도 “너는 잘못된 존재가 아니었어”라고 말해준다.
여전히 차가운 존재가 내게 말을 건넨다. “너 이제 서른인데 언제까지 치유하려고?” 그럴 때면 내면 아이가 놀라지 않게 침착하고 따뜻한 톤으로 맞선다. “열살에 부모를 떠나보냈으니, 내게는 10년 동안 부모가 없었는걸. 이제 본전이야. 그리고 이 세상에 누구도 부모가 필요 없는 나이가 서른이라고 하지 않아.”
싱어송라이터 모유진






몸에 밴 어린 시절 l W. 휴 미실다인 지음, 이석규·이종범 옮김, 일므디(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