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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충돌 본질은 '미일동맹'…韓 전략 재정비 시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최근 중일 갈등의 표면적 논란 뒤에는 중국의 미·일동맹 강화에 대한 불편함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관련 발언을 둘러싼 양국 간 충돌은 '외교적 해프닝'으로 시작됐지만 근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관세 부과 및 대미 투자 압박에도 일본이 오히려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데 주저하지 않자 중국이 불편함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창민 한국외국어대 융합일 체리마스터모바일 본지역학부 교수( 사진)는 24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중일 갈등은 더 강한 보복으로 비화하기보다는 조정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도쿄대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고 도쿄공업대 조교수를 지낸 일본 정치·경제 전문가다. 그는 이번 사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 사이다릴게임 가 크다고 지적했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분명한 전략적 컨센서스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공급망, 안보 협력, 외교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중일 갈등의 발단이 된 다카이치 총리 발언은 어떤 맥락에서 나왔나.▲이번 사태는 지난 7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 바다이야기게임2 당 오카다 가쓰야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서 비롯됐다. 오카다 의원이 대만해협과 바시해협이 봉쇄될 경우 일본의 대응을 질문하자, 다카이치 총리가 시레인(Sea Lane·해상교통로)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 발언이 나왔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 공격이 발생해 해상이 봉쇄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미군이 개입했는데 이를 저지하기 위한 릴게임사이트추천 (중국의) 무력행사가 벌어진다면 일본은 이를 ‘존립위기사태’, 즉 집단적 자위권의 발동 요건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의 발동 대상이 대만이 아니라 미국 내지는 미군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2015년 안보법제 도입 이후 일본 정부가 일관되게 유지해온 해석과 동일하다. 일본이 대만을 직접 방어하겠다 릴게임5만 는 것이 아니라 대만 유사 속에서 미군이 공격받을 경우 일본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기존 논리의 재확인에 가깝다. 그럼에도 현직 총리가 국회에서 ‘대만 유사’와 ‘존립위기사태’를 명시적으로 연결한 것은 명백한 실수이며 중국 입장에서는 레드라인을 넘어선 발언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사태가 급격히 악화된 이유는 무엇인가.▲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된 직후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극언을 올리면서 사태는 급격히 확산됐다. 이후 쉐 총영사가 해당 글을 삭제하고 일본 정부도 더 이상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톤을 낮추려 했지만 이미 일본 내 여론은 크게 들끓고 있었다. 일본 정부는 즉각 중국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고 일본 내부에서는 쉐 총영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추방 대상)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에 중국도 더는 물러설 수 없다고 판단해 지난 13일 다카이치 총리 발언의 공식 철회를 요구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고, 일본을 겨냥한 복합적 경제 압박 조치도 잇달아 내놓았다.
다만 양국 모두 사태의 장기화를 원하지는 않는 모습으로 현재는 사실상 출구를 모색하는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양국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은 중국 관영 매체들이 총공세를 벌인 지난 17~18일이었다.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이번 사태가 그 정도 수준으로까지 악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2010년 센카쿠 사태 당시 중국이 실제로 희토류 수출을 통제한 것은 중국 어선 충돌 이후 일본이 선장을 구속하면서 외교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고 이에 중국이 맞대응 조치에 나선 측면이 컸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중국의 대응은 외교부의 일본 여행 자제령, 교육부의 일본 유학 신중·자제 권고, 일본 영화의 중국 내 개봉·상영 연기, 일본산 수산물 통관 중단·금지 강화 등 일종의 ‘복합 압박 패키지’로 전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추가로 악화되지 않는다면 중국 내 여론이 진정되는 시점에 맞춰 쉐 총영사 교체와 일본의 상응 조치 등을 통해 외교적으로 봉합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중국의 강경 조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일본에서는 다카이치 발언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50%를 넘었고,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이는 일본 내 반중 정서가 그만큼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2010년 희토류 사태 이후 10여 년간 ‘탈중국’을 추진해 온 일본이 일정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결과로도 해석된다. 일본은 동아시아 공급망 재편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제조업 기반을 재정비하는 전략을 지속해 왔다. 일본에서는 '문제를 확대하고 싶진 않지만 해 볼 테면 해봐라'는 분위기로 읽힌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무엇인가.▲반중·친미 성향이 뚜렷한 다카이치 총리를 중국이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일본의 행보 자체가 중국에 불편한 신호로 비쳐졌다는 데 있다. 일본의 원유와 전략물자 대부분은 바시해협을 거쳐 운송된다. 중국은 필리핀 서쪽 남중국해에 군사시설을 확장하며 이 해상로를 전략적 '초크포인트(choke point, 병목지대)'로 관리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답변에서 '시레인이 봉쇄될 경우'를 언급한 것은 원론적 설명이었으나 중국은 이를 '대만 유사시 일본의 군사 개입'으로 확장해 해석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기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과 대미 투자 확대 압박에도 일본이 흔들리지 않고 미일 동맹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데 대한 중국의 불편함이 자리한다. 시레인은 단순한 해상 수송로가 아니라 미일 동맹이 작동하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도 중국의 경계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번 사태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나.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대만 유사는 일본은 물론 한국에게도 결코 강 건너 불구경으로 치부할 수 없는 사안이다. 대만해협은 폭 약 180km 내외의 좁은 수역이지만 동아시아 제조·무역·에너지 흐름의 중심축이다. 2022년 기준 일본은 전체 수입의 32%, 수출의 25%, 한국은 수입의 30%, 수출의 23%가 이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일본 약 4400억달러(약 647조6800억원), 한국 약 3500억달러(약 515조2000억원) 규모가 대만해협에 의존하고 있다. 이 해협이 전쟁·봉쇄·군사충돌로 마비될 경우 양국의 산업·에너지·수출입이 동시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바시해협 역시 중요성은 다르지 않다. 대만해협이 봉쇄되면 모든 선박이 이곳을 우회해야 한다. 중동산 원유·LNG·철광석·곡물 대부분이 이를 통해 동북아로 들어오며 일본과 한국의 에너지 수입선 상당수가 이 항로에 의존하고 있다. 바시해협은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 통로이자 미·일·필리핀이 이를 견제하는 최전선이기도 하다.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이 해역은 즉시 병목지로 바뀌고 동북아 경제 전체가 그 충격을 피할 수 없다. 한국의 전략 물자 공급망에 대해 점검해봐야 한다.
―향후 한국의 대중·대일 전략은 어떻게 설정돼야 한다고 보나.▲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뚜렷하다. 일본은 미일 동맹 최우선이라는 컨센서스가 확실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도 명확하다. 반면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고민이 크고 전략적 합의도 부족하다. 미국이 동맹국에게 핵잠수함을 승인하는 것도 방어 부담과 군사적 역할을 분담하겠다는 의미인데 그 핵심 목적은 중국 견제다. 그렇다면 한국이 중국 견제를 어느 정도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 질문도 뒤따른다.
한국이 지금처럼 중국에 높은 의존도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 사례에서 보듯 중국은 발언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효율적으로 상대국을 압박한다.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국내 지지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인데 중국에 진출한 기업과 유학생 등이 타격을 받으면 여론이 흔들리고 결국 리더십 교체까지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은 현재 이 지점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도 중국 의존도를 계속 낮추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 역시 한·미·일 협력 기반 위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