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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 사건으로서의 남북 평화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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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블레싱  0 Comments  610 Views  20-04-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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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 사건으로서의 남북 평화실현 


김진 상임대표


예수님 자신이 ‘기쁨의 해를 선포하러 오셨다’라는 말씀은 파격 그 자체였다. 이스라엘 역사상 실제로 단 한 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억에서조차 사라지고 있던 ‘희년’을 되살리고 자신의 사역이 곧 희년 선포임을 확신하신 것이다. 이것은 유대 사회의 종교적 혁명 선언이었다. 그런데 2천 년이 지난 오늘 예수님의 희년 선포와 그에 따른 변화는 다시금 문자(文子)와 기억 속에 묻히고 있다.
   
우리가 예수님의 희년 선포와 더불어 시작된 하나님 나라 운동이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믿는다면 희년은 현재 우리 현실과 상황에서 계속 사건화(事件化)되어야 한다. 그것은 희년의 사건화는 곧 나 자신에서부터 출발해 사회와 세계, 나아가 우주의 변화로 말미암고, 또 귀결(歸結)된다. 이런 점에서 ‘가나 혼인 잔치의 기적’ 이야기는 많은 신앙적 통찰을 전해 준다. 희년 선포 이후 예수님의 첫 사건으로서 기록해 놓은 그 ‘편집사적 의미’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이 이야기 전개와 내용은 다 알고 있으니 다시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먼저 이 이야기 속 변화는 ‘포도주’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포도주의 변화 이전과 이후, 이 사건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개인과 공동체, 여자와 남자 등등 변화 사건 압축판이다. 즉 이후에 벌어질 예수님의 희년 사건이 함축된 서곡(序曲)과 같은 사건이었다. 나는 기적 사건 속에서 드러난 변화를 되새겨 보면서 최근 내가 경험하고 있는 북한의 변화가 지닌 희년의 뜻을 나누고자 한다.
   
우선 이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가장 먼저 변화된 사람은 다름 아닌 예수님이었다. 처음 어머니 마리아의 요청에 예수님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냉정하게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어머니의 믿음을 시험하시려 하신 것이 아니라 실제 그렇게 믿고 계셨다. 예수님은 아직 자신을 드러내실 ‘시간’(호라)이 아니라 생각하셨다. 먹고 마시며 떠드는 혼잡한 시공간에 하나님의 카이로스를 드러낼 수 없다고 생각하셨을 수 있다. 그러나 예수님의 그 생각이 변화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개처럼 취급당해도 끝까지 예수님의 생각을 바꾸어 귀신들린 딸의 치유를 끌어낸 이방인 여인의 믿음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예수님의 변화’를 불편하게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다.
(마태 15: 21~28)  

작년 12월, 내가 사역하고 있는 (사)글로벌 블레싱 대표의 한 사람으로 갑작스럽게(?) 평양을 방문하게 되었다. <글로벌 블레싱Global Blessing>은 우리나라 선교학과 선교역사의 기초를 놓으신 조동진 목사님께서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며 만든 “민족통일에스라운동 협의회”(설립 1995년)의 별칭이다. 조 목사님은 빌리 그래함 목사님과 지미 카터 대통령의 방북, 김일성과 주석과 김영삼 대통령의 면담 주선 등등, 남북 간의 평화운동에 조용하지만, 크게 이바지하신 분이다. 더욱이 지금 평양의 봉수교회 설립 또한 이러한 조 목사님 노력의 결과물이다. ‘글로벌 블레싱’은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 정신을 기본으로 북한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사역을 전개하고 있다. 

나는 10여 년 전 북한 종교인들과 북경회의와 금강산 회의 경험이 있긴 했지만, 이번 평양방문은 남다른 기분이 들었다. 평양방문의 목적은 북한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사역을 위한 실무적인 만남을 위한 것이었지만 마음은 그 이상의 감회로 설렜다. 중국 심양(瀋陽)을 거쳐 고려항공 비행기를 타고, 평양 공항에 내리는 순간,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긴장과 함께 가슴이 뜨거워졌다. ‘내가 평양에 다 오게 되다니. 하나님의 뜻은 어디에 있을까?’ 당연시 되물어지는 질문들, 그리고 ‘조국’. ‘평화와 통일’, ‘하나의 민족’ 등등의 단어들이 성큼 다가왔다. 지난 몇 년 남과 북이 곧 하나 될 것만 같았던 일련의 화해의 사건들, 그러나 현재 답보 상태에 있는 남북관계의 상황들에 대해 아쉬움이 진하게 느껴졌다.

평양의 거리를 오가며, 느끼는 것은 한 마디로 ‘변화’ 그것이다. 내게는 과거와 비교할 수 있는 그 기준은 언론을 통한 간접경험이 전부이지만, 일단 평양은 나의 상상과 상식 그 너머에 있었다. 눈에 보이는 고층건물들의 변화는 그 하나의 상징일 뿐이다. 도시 전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표정과 말, 대동강 강변에서 산책을 하거나 자유롭게 운동을 사람들의 움직임에서 변화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수년간 여러 매체를 통해 변화된 세계 속에서 자신들도 국내외적으로 변화를 원한다는 주장이 결코 허언(虛言)이 아니었다.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신념은 북한 사회 각 분야에서 드러나고 있다. 2019년 12월 28~31일까지 개최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보여준 비장한 각오는 그 한 예이다.

북한의 변화를 바라는 이들이 많다. 그 변화를 물리적이고, 강제적인 방법으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변화는 늘 나쁜 것에서 좋은 것으로 변화만을 뜻하지 않는다. 좋은 것에서 나쁜 것으로 변화, 즉 변질(變質)도 일어날 수 있고, 또 얼마든지 좋은 것에서 더 좋은 것으로 변화도 있을 수 있다. 우리가 북한을 향해 변화를 요구할 때, 마치 그들을 먼저 정죄하고, 비판하고, 그래서 억지로 변화를 강요하는 자세로는 좋은 변화가 일어날 수 없다. 오히려 ‘가나 혼인 잔치’에서 보듯이 ‘더 좋은 포도주’로의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즉 좋은 것은 좋은 것, 잘하고 있는 것, 잘하는 모습으로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할 것이다. 비판은 그 이후에도 늦지 않다.

이번 방북 경험을 통해 가장 강하게 든 생각은 북한에도 변화되어야 할 것도 있지만, 변치 않고 보전했으면 하는 사회문화도 있다는 사실이다. 10여 년 전 북한 사람들과 지내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이번에 그들을 더욱 가까이서 만나고 대화하면서 느낀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볼 수 없는 인간성의 순수함, 사회문화의 도덕적 깨끗함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이 또한 통제된 사회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경쟁과 이기와 욕망을 더 극대화하는 자본주의 악성 바이러스에 전염되지 않은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모든 북한 사람과 사회가 100% 그렇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인간과 사회가 지닌 순수함의 순도는 우리보다 훨씬 높아 보였다. 

이 생각을 할 때 문득 “비무장 지대”(DMZ)가 연상되었다. 휴전선으로부터 남·북한 각 2km씩 병력을 배치하지 않고, 60여 년간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되어 있던 그곳,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지금 세계 자연의 보고(寶庫)가 된 그 지역 말이다. 이것이 사람과 사회에 완전히 유비될 수는 없지만, 내게 북한 사회와 사람들의 심성은 마치 이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실제 그렇다고 믿어지는 여러 가지 체험을 했다. 만약 실제 생활 속에 사회의 도덕적 우월성과 인간의 순수성이 유지되고 있다면 그것은 변화되지 않아야 할 중요한 인류의 자산임이 분명하다. 거기에 자유와 자발성이 보장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예수님의 생각을 변화시킨 사람은 바로 어머니 마리아의 생각과 믿음이었다. 마리아는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지는 낭패 당한 사람들을 위해 예수님께 간청한다. 어머니 마리아의 말에 ‘여자여, 내가 그것과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예수님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마리아는 포기하지 않고 종들에게 자신의 믿음대로 말했다. 그러자 예수님은 생각을 바꿔 변화의 기적을 일으키셨다. 이것은 예수님의 “불의한 재판장” 비유에서도 보듯이 우리의 믿음이 하나님의 마음을 바꾸게 할 수 있음을 예시한다. 

오늘의 희년 사건으로 ‘남과 북의 평화’ 또한 외교 정책이나 대화전략. 그 이전에 평화를 향한 강력한 우리의 믿음이 필요하다. 변화를 기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변화를 이끌어 내는 희년적 사고(思考)와 믿음이 필요하다. 평화의 카이로스를 앞당길 만큼의 강한 믿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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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진 목사는 독일에서 신학과 종교학을 공부했고(Ph.D), 대학교에서 신학과 종교철학을 강의했다. 이후 <크리스챤 아카데미>와 인도 선교사(10년)을 거쳐 <밀알복지재단>에서 근무했으며, <함석헌기념사업회> 상임이사를 역임했다. 평화활동의 일환으로 남북 종교인 회의(2004) 실무진 일원으로 활동했으며, 평화단체 ‘씨알평화’를 창립해 인도와 메솟(Maesot) 난민촌 등에서 평화활동을 실천했다. 현재는 (사)글로벌블레싱의 상임대표로 일하면서 북한 장애인을 위한 사역을 통한 평화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http://globalblessing.org


출처 : 주간기독교(http://www.c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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